06. 가치 평가 기초
지표가 무엇을 요약한 숫자인지, 어디까지 말해 주고 어디서부터는 말해 주지 않는지 정리합니다.
가격과 가치의 차이
가격은 시장에서 매겨진 숫자이고, 가치는 그 자산이 앞으로 만들어 낼 것에 대한 추정입니다.
가격은 확인하면 되지만, 가치는 계산하는 사람의 가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같은 회사를 두고 전혀 다른 숫자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가치 평가의 결과는 "이 회사의 가치는 10조 원이다"가 아니라 이런 형태가 됩니다.
성장률 5%, 할인율 9%를 가정하면 8~12조 원 범위가 나온다.
성장률이 3%로 낮아지면 6조 원대로 내려간다.숫자 하나가 아니라 가정과 범위로 말하는 것이 정직한 결론입니다.
PER, PBR과 ROE의 의미 및 한계
PER
PER = 주가 ÷ 주당순이익 = 시가총액 ÷ 당기순이익"지금 이익이 계속된다면 원금 회수에 몇 년 걸리는가"로 읽을 수 있습니다. PER 10이면 10년입니다.
높다고 비싼 것도, 낮다고 싼 것도 아닙니다. PER은 시장이 기대하는 성장을 반영합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는 높은 PER이 정상이고, 성장이 멈춘 회사는 낮은 것이 정상입니다.
한계가 분명합니다.
- 적자면 계산되지 않습니다
- 일회성 이익이 섞이면 왜곡됩니다
- 경기민감 산업에서는 호황기에 PER이 가장 낮아 보입니다. 이익이 고점이기 때문입니다
- 회계 기준이 다른 기업끼리는 비교가 어렵습니다
세 번째가 특히 함정입니다. 반도체나 철강에서 PER이 3~4로 떨어졌다면 싸진 것이 아니라 이익이 곧 꺾일 것을 시장이 반영한 경우가 많습니다.
PBR
PBR = 주가 ÷ 주당순자산 = 시가총액 ÷ 자본총계장부상 순자산 대비 가격입니다. PBR 1 미만은 "장부 가치보다 싸게 거래된다"는 뜻입니다.
다만 장부 가치가 실제 가치가 아닙니다.
- 오래전에 산 토지는 취득가로 기록되어 실제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
- 반대로 팔리지 않는 재고나 회수 못 할 채권은 과대평가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무형자산이 핵심인 회사(소프트웨어, 브랜드)는 자산이 장부에 거의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PBR은 자산이 실체인 업종(은행, 부동산, 제조)에서 더 의미가 있고, 인력과 브랜드가 핵심인 업종에서는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PBR이 낮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회사도 많습니다. 싸서 안 오르는 것이 아니라, 안 오를 이유가 있어서 싼 경우입니다.
ROE
ROE = 당기순이익 ÷ 자본총계주주가 넣은 돈으로 얼마나 벌었는지입니다. 높을수록 자본을 효율적으로 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세 가지로 분해하면 어디서 나온 수치인지 보입니다.
ROE = 순이익률 × 자산회전율 × 재무레버리지
(수익성) (효율성) (부채 사용)레버리지로 올린 ROE는 위험을 함께 키운 것입니다. 빚을 많이 쓰면 ROE는 올라가지만, 업황이 나빠지면 그만큼 타격이 큽니다. ROE가 높다면 부채비율을 함께 확인합니다.
세 지표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PBR = PER × ROEROE가 높은 회사가 높은 PBR을 받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ROE는 낮은데 PBR이 높다면, 시장이 미래의 개선을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외 지표
EV/EBITDA = (시가총액 + 순차입금) ÷ (영업이익 + 감가상각비)부채를 포함한 기업 전체 가치를 보기 때문에, 자본 구조가 다른 회사끼리 비교할 때 PER보다 낫습니다. 감가상각이 큰 장치산업에서 많이 씁니다.
적자 기업에는 PSR(매출 대비)이나 사용자당 가치 같은 대체 지표를 쓰기도 하는데, 이익과의 연결이 약해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현금 흐름과 할인율의 기본 개념
지표 비교는 "비슷한 회사들에 비해 어떤가"를 보는 상대적 방법입니다. 절대적인 가치를 추정하려면 미래에 벌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합니다.
핵심은 오늘의 1만 원과 10년 뒤의 1만 원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기다리는 대가와 못 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가치 = 미래 현금 ÷ (1 + 할인율)^기간할인율 10%에서 1년 뒤 110만 원은 지금 100만 원과 같습니다.
할인율은 위험이 클수록 높아집니다. 안정적인 회사는 낮은 할인율을, 변동이 큰 회사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할인율을 조금만 바꿔도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 할인율 | 영구히 연 100억을 버는 사업의 가치 |
|---|---|
| 8% | 1,250억 |
| 9% | 1,111억 |
| 10% | 1,000억 |
| 12% | 833억 |
2%포인트 차이로 가치가 33% 달라집니다.
성장률 가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먼 미래의 성장률을 1%포인트 높이면 현재 가치가 수십 퍼센트 뜁니다.
그래서 정밀하게 계산한 DCF 결과를 정확한 답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소수점까지 나온 숫자여도, 그것은 몇 개의 가정이 만들어 낸 결과일 뿐입니다.
이 계산의 진짜 쓸모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지금 가격이 성립하려면 어떤 가정이 필요한지 거꾸로 확인하는 데 있습니다.
현재 가격이 정당화되려면 향후 10년간 연 25% 성장이 필요하다.
→ 그게 가능한 시장 규모인가?성장률과 수익성에 대한 가정
평가에 쓰는 가정은 적는 순간 검증할 수 있게 됩니다.
| 가정 | 확인할 것 |
|---|---|
| 매출 성장률 | 시장 규모가 그만큼 되는가 |
| 영업이익률 | 과거에 그 수준을 달성한 적이 있는가 |
| 설비투자 | 성장하려면 얼마나 더 투자해야 하는가 |
| 영구성장률 | 경제 성장률을 넘지 않는가 |
마지막 항목이 자주 틀립니다. 영구성장률을 경제 성장률보다 높게 두면, 언젠가 그 회사가 경제 전체보다 커진다는 뜻이 됩니다.
과거 추세를 그대로 연장하는 것도 흔한 오류입니다. 최근 3년간 30% 성장했다고 앞으로 10년도 그럴 것이라 가정하면, 기저가 커질수록 같은 성장률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무시하게 됩니다.
매출 100억에서 30% = 30억 추가
매출 1조에서 30% = 3,000억 추가가정을 달리한 시나리오 비교
하나의 숫자 대신 범위를 만듭니다.
| 비관 | 기본 | 낙관 | |
|---|---|---|---|
| 매출 성장률 | 2% | 6% | 12% |
| 영업이익률 | 8% | 12% | 15% |
| 추정 가치 | 6조 | 10조 | 18조 |
| 현재 시가총액 | 9조 |
이렇게 놓으면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생깁니다.
- 현재 가격은 기본 시나리오에 가깝습니다
- 비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33% 하락 여지가 있습니다
- 낙관 시나리오를 기대한다면 무엇이 그것을 만들어 낼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변수가 결과를 가장 크게 움직이는지도 확인합니다. 영업이익률 1%포인트가 성장률 3%포인트보다 영향이 크다면, 앞으로 추적해야 할 것은 이익률입니다.
가치 평가를 하는 이유는 정확한 가격을 맞히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지금 가격에 어떤 기대가 담겨 있는지 파악하고, 그 기대가 합리적인지 따져 보기 위해서입니다.
그 과정에서 세운 가정은 반드시 적어 둡니다. 시간이 지나 실제 실적이 나왔을 때,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렸는지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