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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금리와 거시 환경 ​

개별 기업과 무관하게 전체 가격대를 움직이는 요인들을 정리합니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차이 ​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정하는 정책 금리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합니다.

시장금리는 실제로 돈이 거래되는 금리입니다. 국채 수익률, 회사채 금리, 대출 금리 같은 것들입니다.

둘은 연결되어 있지만 같지 않습니다.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변경을 미리 반영해 움직입니다. 금리 인하가 예상되면 발표 전에 이미 시장금리가 내려갑니다.

그래서 "금리를 내렸는데 주가가 떨어졌다"는 일이 생깁니다. 시장이 이미 인하를 반영했고, 그보다 적게 내렸다면 실망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중요한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기대와의 차이입니다.

만기별 금리를 이은 것이 수익률 곡선입니다. 보통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습니다. 오래 기다리는 대가와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이것이 뒤집혀 단기 금리가 장기보다 높아지는 것을 장단기 금리 역전이라고 합니다. 과거 경기 침체에 앞서 나타난 사례가 있어 주목받지만, 시차가 길고 일정하지 않아 시점을 맞히는 데는 쓰기 어렵습니다.

금리가 할인율과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 ​

06. 가치 평가 기초에서 본 할인율의 바탕이 금리입니다.

할인율 = 무위험 수익률 + 위험 프리미엄
         (보통 국채 금리)

금리가 오르면 할인율이 오르고, 미래 현금의 현재 가치가 줄어듭니다. 기업이 버는 돈이 그대로여도 가치는 내려갑니다.

영향은 회사마다 다릅니다.

금리 상승 시
이익이 먼 미래에 있는 성장주타격이 큽니다
지금 꾸준히 버는 가치주상대적으로 덜합니다

먼 미래의 현금일수록 할인이 여러 번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10년 뒤의 100억은 할인율이 조금만 올라도 현재 가치가 크게 줄어듭니다.

금리는 두 번째 경로로도 영향을 줍니다. 차입금이 많은 회사는 이자 비용이 늘어 실제 이익이 줄어듭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 만기 구조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세 번째는 기회비용입니다. 예금이나 채권 금리가 충분히 높아지면, 굳이 위험을 지고 주식을 들고 있을 이유가 줄어듭니다. 자금이 옮겨 가면서 주식 전체의 가격대가 눌립니다.

금리와 채권 가격의 관계 ​

채권은 정해진 이자를 주는 상품이라,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떨어집니다.

연 3% 이자를 주는 채권을 들고 있는데 시장 금리가 5%로 올랐다고 해 봅니다. 새로 나온 채권이 5%를 주므로, 내 3% 채권은 누구도 액면가에 사지 않습니다. 가격이 내려가야 수익률이 5%에 맞춰집니다.

만기가 길수록 이 효과가 큽니다. 이것을 듀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 30년 만기 채권은 금리 1%포인트 변동에 가격이 20% 가까이 움직이기도 합니다.

주식만 보더라도 이 관계를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 채권 금리는 주식의 기회비용입니다
  • 채권 가격 급락은 금융기관의 손실로 이어져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을 섞을 때 어떤 만기를 고르느냐가 위험을 결정합니다

인플레이션과 실질 수익률 ​

실질 수익률 ≈ 명목 수익률 − 물가상승률

연 5% 수익을 냈는데 물가가 4% 올랐다면 실제로 늘어난 구매력은 1%입니다.

인플레이션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갈립니다.

상황영향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음이익률 유지
전가하지 못함이익률 하락

가격 결정력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04. 기업과 사업 분석에서 본 경쟁 우위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실제로 시험받습니다.

중앙은행은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려 억제하려 합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금리를 통해서도 주식에 영향을 줍니다.

경기 사이클과 업종별 민감도 ​

경기는 확장과 수축을 반복합니다. 국면마다 잘 버티는 업종이 다릅니다.

국면상대적으로 유리한 성격
회복 초기경기민감, 소재, 산업재
확장기기술, 소비재
둔화기필수소비재, 헬스케어
침체기통신, 유틸리티, 현금

다만 이 구분으로 시점을 맞히려는 시도는 잘 통하지 않습니다. 지금이 어느 국면인지는 한참 지난 뒤에야 분명해지고, 시장은 실제 경기보다 먼저 움직입니다.

더 쓸모 있는 용도는 보유 종목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들고 있는 것이 전부 경기민감 업종이라면, 사이클이 꺾일 때 함께 떨어집니다. 분산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하나에 걸고 있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경기민감 업종은 이익 사이클이 크게 흔들립니다. 호황기 이익으로 계산한 PER이 낮아 보이는 함정이 여기서 나옵니다.

환율이 수출입 기업과 해외 자산에 미치는 영향 ​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환율 상승(원화 약세)
수출 기업같은 달러 매출의 원화 환산액 증가
수입 기업원재료 구입 비용 증가
해외 자산 보유원화 환산 평가액 증가

다만 단순하지 않습니다. 수출 기업도 원재료를 수입한다면 양쪽 효과가 상쇄됩니다. 순노출을 봐야 합니다. 사업보고서의 환위험 관련 주석에 민감도 분석이 실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한다면 환율이 직접 수익률에 들어옵니다.

원화 기준 수익률 ≈ 현지 통화 수익률 + 환율 변동률

주가가 그대로여도 환율이 10% 움직이면 원화 기준으로는 10% 손익이 납니다. 주가와 환율 두 가지에 동시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위안은 환율과 주가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위험 회피 국면에서 원화가 약해지는 동시에 글로벌 주가가 떨어지면, 원화 기준 손실이 일부 완충됩니다. 다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통화 정책과 시장 유동성 ​

중앙은행은 금리 외에도 시장에 풀린 돈의 양을 조절합니다. 자산을 사들여 돈을 푸는 것과, 보유 자산을 줄여 돈을 거둬들이는 것입니다.

유동성이 풍부하면 위험자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고, 거둬들이면 반대 방향으로 압력이 생깁니다. 개별 기업의 실적과 무관하게 가격대 자체가 움직이는 요인입니다.

정책 발표에서 볼 것은 결정 자체보다 방향성에 대한 신호입니다. 시장은 앞으로의 경로를 가격에 반영하므로, 예상과 다른 신호가 나올 때 크게 움직입니다.

거시 지표로 개별 종목의 방향을 단정할 수 없는 이유 ​

여기까지 본 것들은 배경입니다. 예측 도구가 아닙니다.

한계가 분명합니다.

첫째, 시장이 이미 반영하고 있습니다. 공개된 거시 지표는 수많은 참여자가 동시에 보고 있습니다. "금리가 오를 것 같으니 팔아야겠다"는 생각은 이미 가격에 들어가 있습니다.

둘째, 같은 지표가 반대로 해석됩니다. 고용 지표가 좋으면 경기가 좋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금리를 더 올릴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어느 쪽으로 해석될지는 그때의 시장 관심사에 달려 있습니다.

셋째, 시차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금리 인상의 효과가 실물에 나타나기까지 몇 분기가 걸리는데, 그 기간은 매번 다릅니다.

넷째, 개별 기업은 거시와 따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전체 시장이 눌려도 구조적 성장을 하는 회사는 오르고, 시장이 좋아도 경쟁에서 밀리는 회사는 떨어집니다.

거시 환경을 보는 쓸모는 예측이 아니라 맥락 파악에 있습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익은 사이클의 어느 지점인가
이 회사는 금리가 오르면 어디가 아픈가
환율이 불리해지면 얼마나 영향을 받는가
전체가 흔들릴 때 내 포트폴리오는 한쪽으로 쏠려 있지 않은가

마지막 질문이 다음 단계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