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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위험과 포트폴리오 ​

무엇을 위험이라 부를지 정하고,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정리합니다.

변동성, 손실과 불확실성 ​

금융에서 위험은 보통 변동성으로 측정됩니다. 가격이 얼마나 출렁이는지를 표준편차로 나타냅니다.

편리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 오르는 변동과 내리는 변동을 같게 취급합니다. 올라서 생긴 변동성은 문제가 아닙니다
  • 과거를 바탕으로 계산합니다. 조용하던 자산이 갑자기 폭락하는 경우를 잡지 못합니다
  • 영구적 손실과 일시적 하락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마지막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피해야 할 것은 변동이 아니라 회복되지 않는 손실입니다.

사업이 구조적으로 무너진 회사 → 돌아오지 않습니다
멀쩡한 회사가 시장 전체와 함께 하락 → 돌아올 수 있습니다

손실이 깊어질수록 회복에 필요한 수익률이 급격히 커집니다.

손실원금 회복에 필요한 수익률
−10%+11%
−30%+43%
−50%+100%
−70%+233%

큰 손실을 피하는 것이 큰 수익을 내는 것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불확실성은 변동성과 다릅니다. 변동성은 확률 분포를 알 때 쓰는 말이고, 불확실성은 분포 자체를 모르는 상태입니다. 실제 투자에서 마주하는 것은 대개 후자입니다.

개별 기업 위험과 시장 위험 ​

위험은 두 종류로 나뉩니다.

종류내용분산으로 줄일 수 있는가
개별 기업 위험경영 실패, 소송, 사고, 경쟁 탈락줄일 수 있습니다
시장 위험금리, 경기, 전쟁, 전염병줄일 수 없습니다

종목을 여러 개 담으면 개별 기업 위험은 희석됩니다. 하나가 망해도 전체가 무너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장 위험은 몇 개를 담든 남습니다. 전체가 함께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분산이 보호해 주지 못합니다.

종목 수를 늘리는 효과는 금방 둔해집니다. 20~30개를 넘어가면 추가 효과가 거의 없고, 대신 각 종목을 제대로 추적하기 어려워집니다.

중요한 것은 개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위험을 가졌는가입니다. 반도체 종목 20개를 담은 것은 1개를 담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분산과 자산 간 상관관계 ​

상관관계는 두 자산이 얼마나 함께 움직이는지입니다. +1이면 완전히 같이, −1이면 정반대, 0이면 무관하게 움직입니다.

분산 효과는 상관관계가 낮을 때 생깁니다. 똑같이 움직이는 것 여러 개는 하나와 같습니다.

같은 업종 종목들         상관관계 높음 → 분산 효과 작음
업종이 다른 종목들       상관관계 중간
주식과 채권             상관관계 낮거나 음수인 경우가 있음

문제는 상관관계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평소 따로 움직이던 자산들이 위기 때는 함께 떨어집니다. 모두가 현금을 확보하려고 팔기 때문입니다. 정작 분산이 필요한 순간에 효과가 줄어드는 셈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한쪽에 쏠려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종목은 10개인데 전부 반도체 관련
국내 주식만 보유 — 원화와 한국 경제에 전부 걸려 있음
회사 주식 + 그 회사 재직 — 직장과 자산이 같은 위험에 노출

마지막이 특히 주의할 조합입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급여와 자산이 동시에 타격을 받습니다.

주식, 채권과 현금의 성격 비교 ​

주식채권현금
기대 수익높음중간낮음
변동성큼중간거의 없음
인플레이션장기적으로 방어 가능취약취약
금리 상승불리불리 (가격 하락)유리

현금은 수익이 없어 보이지만 선택권이라는 가치가 있습니다. 가격이 급락했을 때 살 수 있는 여력이 됩니다. 현금이 전혀 없으면 기회가 와도 아무것도 못 합니다.

채권은 주식과 다른 요인에 반응해 완충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07. 금리와 거시 환경에서 본 것처럼, 금리가 급등하면 주식과 채권이 함께 떨어지기도 합니다.

비중을 어떻게 가져갈지는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정할 때 고려할 것은 분명합니다.

이 돈이 필요한 시점은 언제인가
얼마나 떨어져도 팔지 않고 버틸 수 있는가

두 번째 질문이 핵심입니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으면, 가장 나쁜 시점에 팔게 됩니다.

투자 기간, 유동성과 차입의 영향 ​

투자 기간이 길수록 단기 변동을 견딜 여지가 커집니다. 반대로 1년 뒤 쓸 돈이라면 변동이 큰 자산에 두기 어렵습니다.

유동성은 필요할 때 적정 가격에 팔 수 있는지입니다.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평소에는 괜찮아 보여도, 팔아야 할 때 받아 줄 사람이 없습니다. 비상 자금을 거기에 두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차입은 수익과 손실을 함께 키웁니다. 이 비대칭이 문제입니다.

자기 돈 1,000만 원 + 빌린 돈 1,000만 원 = 2,000만 원 투자

주가 +20% → 수익 400만 원 → 자기자본 대비 +40%
주가 −20% → 손실 400만 원 → 자기자본 대비 −40%
주가 −50% → 손실 1,000만 원 → 자기자본 전액 소멸

더 큰 문제는 버틸 수 없다는 것입니다. 현금으로 샀다면 떨어져도 기다릴 수 있지만, 빌린 돈에는 만기와 담보 비율이 있습니다. 기준에 미달하면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됩니다.

가격과 시점을 선택할 수 없는 매도라, 하필 바닥에서 팔리는 일이 생깁니다. 나중에 회복되어도 이미 포지션이 없습니다.

신용거래, 미수, 레버리지 ETF 모두 같은 성격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오를 테니 버티면 된다"는 전제가 차입에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ETF의 구조와 비용을 확인하는 방법 ​

ETF는 여러 종목을 묶어 놓은 상품을 주식처럼 거래하는 것입니다. 한 번의 매수로 분산이 됩니다.

고를 때 확인할 것들입니다.

항목보는 이유
총보수매년 자동으로 빠집니다
실부담비용총보수에 숨은 비용까지 포함한 수치
추적오차지수를 얼마나 잘 따라가는가
순자산 규모너무 작으면 상장폐지 위험
거래량적으면 스프레드가 넓습니다
기초지수실제로 무엇을 담고 있는가

이름만 보고 고르지 않습니다. 같은 테마를 표방해도 담고 있는 종목과 비중이 크게 다릅니다. 구성 종목 상위 10개는 꼭 확인합니다. 상위 몇 개에 절반이 몰려 있는 경우도 흔합니다.

비용 차이는 장기로 갈수록 커집니다. 연 0.05%와 0.5%는 작아 보이지만, 20년이면 최종 금액에서 10%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주의가 필요한 유형도 있습니다.

  • 레버리지·인버스 — 일간 수익률의 배수를 추종합니다. 기간이 길어지면 지수가 제자리여도 손실이 누적됩니다. 장기 보유 목적으로 만들어진 상품이 아닙니다
  • 합성 ETF — 실물을 담지 않고 계약으로 수익률을 받습니다. 거래 상대방 위험이 있습니다
  • 환헤지 여부 — (H)가 붙으면 환율 변동을 막지만 헤지 비용이 듭니다

쏠림을 확인하는 방법 ​

정기적으로 전체를 펼쳐 놓고 확인합니다.

업종별 비중      한 업종이 과도하게 크지 않은가
국가·통화별 비중  전부 한 통화에 걸려 있지 않은가
자산군별 비중     주식 일변도인가
상위 종목 비중    한 종목이 전체의 몇 %인가

한 종목이 전체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 그 하나가 반토막 났을 때 전체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계산해 봅니다. 숫자로 보면 체감이 달라집니다.

가정을 바꿔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시장이 30% 하락하면 내 자산은 얼마가 되는가
주력 업종에 악재가 터지면 어떻게 되는가
환율이 반대로 20% 움직이면 어떤가
그 상태에서 나는 팔지 않고 버틸 수 있는가

마지막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면, 지금 비중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것입니다. 시장이 조용할 때 조정하는 편이 흔들릴 때 조정하는 것보다 낫습니다.